조선에도 블루칼라 한국사 뒷이야기 : 천한 노동, 귀한 삶
조선 시대를 떠올리면 사대부, 양반, 왕족과 같은 지배계층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인
이들은 이름 없는 노동자, 즉 오늘날의 블루칼라 계층이었다. 조선은 신분제 사회였고, 천민은 물론 양인이라 하더라도
육체노동에 종사하면 ‘천한 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 ‘천한 일’ 없이는 왕실의 식탁도, 백성의 생계도 불가능했으며, 수도 한양의 물길 하나, 성벽 하나조차
존재할 수 없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공장(工匠)’이라 불리며 기술을 가진 장인 계층이었고,
도자기 장인, 목수, 석공, 대장장이, 무기제작자, 포목장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대부분 평민 신분이지만 국가로부터 품삯을 받고 특정 기술을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이들이다.
나라를 움직인 손: 장인의 세계
조선 전기
국가 주도하에 기술직 종사자를 조직화하여 ‘장인군(匠人軍)’으로 운영했다.
이들은 중앙 혹은 지방 관청에 소속되어 각종 공공사업과 무기 제작, 수공예 작업을 담당했다.
예컨대, 궁궐을 짓는 목수나 단청장이, 수레바퀴를 만드는 수레장이, 수레 바퀴를 철로 감싸는 철장이 등은
오늘날의 건축·제조 분야 종사자라 할 수 있다. 그중 일부는 세습으로 기술을 물려받아 가문이 장인 가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때로 천대받기도 했지만 기술력으로 신뢰를 얻으면 관청으로부터 면역 혜택을 받거나 쌀과 집을 지급받기도 했다.
조선 후기
상업과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인들이 점차 위상을 높여갔다. ‘경공장(京工匠)’이라 불린
서울 장인들은 지역 장인보다 우대받았으며, 뛰어난 기술을 지닌 이는 종6품에서 종4품의 품계까지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시장과 함께한 삶: 백성 속 기술자들
공식 장인 외에도 민간에서 활동하는 기술자들이 존재했다. ‘시전(市廛)’과 ‘장시(場市)’에서 활동하던 상공업자들 중에는
자영업 형태로 대장간을 운영하는 대장장이, 의복을 재단하는 재봉장, 숯을 굽는 목탄공, 도기를 굽는 사기장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종종 조합을 결성해 가격과 기술을 통제하고, 물론 중간계층으로 대우받던 이들은 드물고, 대부분은 고된 노동과 불안정한
생계를 감수해야 했다. 특히 여성 기술자들도 있었는데, 자수를 놓거나 한지를 만드는 여성 장인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낮은 대우를 받았지만, 일부는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의 실질적 기둥 역할을 했다.
조선의 블루칼라, 재조명 받아야 할 주역
우리는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왕과 양반 중심의 정치사와 사대부 문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그 화려한 궁궐과 아름다운
유물, 정교한 기록문화 뒤에는 ‘손’으로 일한 수많은 기술자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스며 있다.
오늘날 블루칼라라고 불리는 직종, 즉 건설 노동자, 제조업 종사자, 수공예인, 정비공 등은 여전히 사회 기반을 지탱하는 중추다.
조선시대 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만든 목재 궁궐은 여전히 경복궁의 중심이 되어 있고, 만든 도자기는 국보가 되어
전 세계에 전시된다. 현대 한국이 전통기술을 계승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조선의 ‘노동자’들, 즉 장인과 기술자들의 삶과 기술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뿌리부터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온, ‘숨은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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