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야사 시리즈 – 조선의 매일 기록, ‘승정원일기’의 세계
– 왕의 말 한마디, 숨소리까지 남긴 세계 최대 기록 유산 –
승정원일기란 무엇인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기록 유산이라면 보통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지만,
그보다 훨씬 더 방대한 분량과 생생한 현장감을 자랑하는 문헌이 있으니 바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다.
승정원은 조선시대 왕명을 전달하고 국정을 보좌하는 ‘왕의 비서실’과 같은 역할을 했던 기관인데,
이곳에서 매일 작성한 업무 기록이 바로 ‘승정원일기’이다.
쉽게 말해, 조선 왕과 신하들의 매일 대화, 업무 보고, 처분, 명령, 감정 반응까지 적나라하게 남긴 일기
형태의 관청 문서다.
현재 전해지는 승정원일기의 분량은 무려 약 3,243책, 2억 4천만 자 이상으로, 계에서 가장 긴 역사
기록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심지어 이 방대한 기록은 1623년 인조 즉위년부터
고종 1910년까지 거의 매일 빠짐없이 이어졌는데, 이는 전쟁, 반정, 궁중 내분 속에서도 기록만큼은
멈추지 않았던 조선의 문치(文治)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실록보다 더 ‘날 것’의 기록
조선왕조실록이 왕이 죽은 후 사관이 편집하여 작성한 공식 역사서라면, 승정원일기는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업무일지에 가깝다. 왕이 화를 내거나 침묵을 하거나, 신하가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장면, 심지어는 왕이 졸다가 하품한 모습까지도 그대로 기록된다.
예를 들어, 정조가 분노해 책상을 치며 “그대들의 태도가 통탄스럽도다!”라고 말한 장면이 해당 날짜 일기에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신하의 답변이 어땠고 분위기가 어떻게 흘렀는지도 상세히 기록된다.
이 때문에 승정원일기는 단순한 행정기록을 넘어 왕실의 인간적인 감정, 정치의 미묘한 흐름, 당시 사회의 공기까지 담아낸 살아있는 역사다. 정치적 발언뿐 아니라, 장마로 백성들이 고통받는다는 보고,
궁궐 안에서 벌어진 잡일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현대 학자들은 이를 ‘조선시대판 CCTV’라 부르기도 한다.
승정원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정치’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역사로 읽을 수 있다.
야사로 읽는 승정원일기 – 왕도 사람이다
승정원일기 속엔 공식 역사서에 절대 담기지 못할 **‘왕의 인간적인 모습’**도 가득하다.
영조는 노년에 이르러 자신이 말을 더듬는 것을 부끄러워했는지,
신하들과의 면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지시했고,
정조는 한 번은 야간 순시 도중 관청 문서에 **자신의 필체로 "이건 너무 지루하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순조는 감기에 걸려 이틀간 국무를 보지 못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위엄 넘치는 성군’과는 전혀 다른, 잠 못 자고, 배탈나고, 화내고, 지겨워하는 왕들의 솔직한 민낯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신하들의 행동도 흥미롭다.
어떤 신하는 국왕 앞에서 두 번이나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들었고,
다른 신하는 임금에게 책을 너무 많이 바쳤다고 질타를 받는다.
"내가 읽기에도 벅찬데, 그대들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가!" 이런 대화는 실록에는 결코 담기지 않지만,
승정원일기에는 인간과 인간이 오가는 모든 감정선이 기록되어 있다.
*요약
승정원일기는 왕의 비서실이 매일 작성한 조선의 공식 업무 기록
2억 4천만 자에 달하는 세계 최대 분량의 실시간 역사문서
왕의 감정, 신하의 행동, 정치 외에도 일상과 감정까지 담긴 진짜 조선의 하루
실록보다 더 생생한 조선의 기록으로 야사형 역사 콘텐츠 제작에 최적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