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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뒷이야기: 조선시대 고전문헌 속 조크

+ing 2025. 7. 18. 15:28

유교의 나라에도 웃음은 있었다

한국사 뒷이야기: 조선시대 고전문헌 속 조크

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이 웃으며 살았을까?

조선은 흔히 ()의 나라’, ‘엄격한 유교국가로 알려져 있다. 왕부터 평민까지 신분질서를 엄격히 지키고, 언행을 조심해야

했던 시대. 그래서인지 우리는 조선 시대 사람들이 늘 근엄하고 무표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전문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의 백성들 역시 일상의 고달픔 속에서 풍자와 농담,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소소한 웃음을 나눴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웃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감정이며, 조선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고위 관료부터

시골 선비까지, 때론 글 속에, 때론 민간 구전 속에 유쾌한 조크와 재치를 남겼다. 다만 현대적인 유머코드와는 다르게,

문학적 장치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인 웃음에 가깝다.

 

조선판 블랙코미디, 조광조를 풍자한 이야기

연려실기술이라는 문헌에는 조광조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조광조는 조선 중종 때 대표적인 개혁 정치가로,

스스로 매우 엄격한 도덕 기준을 실천한 인물이다. 어느 날, 조광조가 사헌부 대사헌으로 있을 때, 그의 행실을 두고 궁중에

농담이 돌았다. “조광조가 거울을 보면 감히 자신도 감시하려 눈을 부릅뜬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 유머는 그의 엄격함을

풍자한 것으로, 자기 자신도 못 믿을 만큼 고지식하다는 비꼼이 담겨 있다. 당시 사람들은 조광조의 강직함에 감탄하면서도,

그 완벽주의가 때론 지나치다 생각해 이런 말로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조선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직설보다 풍자와 조롱이 더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곤 했다.

 

백성들의 입담, 판소리와 민간 설화 속 해학

고전문헌 외에도 판소리와 민간 설화, 구전 문학에는 민중의 유머 감각이 진하게 배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판소리 <흥보가>이다. 흥보는 착하지만 너무 가난하고, 형 놀보는 부자이지만 욕심쟁이다. 그런데 놀보가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복을 받으려는 장면에서 , 어서 꺾어라. 이건 복권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당대 백성들이

가진 복에 대한 집착, 경쟁심, 그리고 어설픈 미신 의식을 재치 있게 비꼬는 부분이다. 또 다른 예로는,

어느 시골 훈장이 자를 가르치며 이건 아이 울음이고, 이는 곧 백성의 소리다라고 진지하게 말하자 제자가 그럼 는요? 어머니의 탄식입니까?”라고 되묻는 일화도 있다. 말장난을 통한 촌철살인의 유머는 당시 백성들이 삶의 고달픔

속에서도 어떻게 웃음을 잃지 않았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