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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뒷이야기 왕의 식탁 & 현대화 시도

+ing 2025. 7. 3. 15:15

조선시대 왕의 식탁

단순한 식사가 아닌 권위와 상징, 의례가 결합된 국가 운영의 일부였다.

수라상이라 불린 왕의 식사는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 올려졌고, 기본 12첩에서 많게는 30여 첩에

이르는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상에는 육류, 생선, 나물, 찌개, 전골, 김치류, 후식 등이 고루 오르며, 제철 재료를 엄선하여 조리했다. 음식은 단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왕의 건강과 통치를 위한 것이었기에, 계절과 체질에 따라 엄격히 조절되었고, 간은 절제되었으며 기름기보다는

담백함과 깔끔함이 강조되었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조리상궁의 손맛과 약선철학이 녹아 있었고, 그 조리법은 철저히 구전으로 전해졌다.

왕의 수라는 신선하고 조화로운 맛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극도의 섬세함과 절제가 담겨 있어 오늘날의 미식문화와는

분명 다른 미감을 지녔다.

 

이러한 왕의 식탁을 현대에서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한국사 뒷이야기 왕의 식탁 & 현대화 시도

가장 대표적인 복원 방식

궁중음식 연구자들과 문화재청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통 수라 재현 행사고궁 수라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조선왕조실록, 진찬의궤, 음식디미방 등의 고문헌을 바탕으로,

왕이 실제로 먹었을 법한 수라상을 최대한 충실하게 구현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입맛과 조리 여건을 고려해 일부 재료는 대체되고, 조리 방식 역시 간소화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왕에게

올렸던 신선로는 꿩육수나 사골육수를 기본으로 했지만, 현대에는 닭육수나 멸치육수를 사용해 깔끔한 맛을 내기도 한다.

 

또한 탕평채, 어만두, 너비아니 같은 대표 궁중음식들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재료와 조리기법으로 재탄생해

고급 한식당이나 호텔 메뉴로 제공되며, 전통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입힌 음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잡채 역시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쓰고, 당면을 기름에 볶기보다는 살짝 데쳐 양념에 무치는 방식으로 기름기를

줄이는 식으로 현대화되었다. 이런 궁중음식의 현대적 재해석은 단순한 미식적 즐거움을 넘어, 조선 왕실의 섬세한 미각과 철학, 그리고 건강 중심 식문화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과서에는 소개되지 않는 이 왕의 식탁복원기는, 우리가 잃어버린 전통과 조상의 지혜를 맛으로

되살리는 특별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